매일 글쓰기24 세눈의 비밀 (열세 번째 글쓰기) 세눈의 비밀 세눈의 비밀이란 만화책이 있다. 어렸을 적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부족하던 시절 일본판 만화를 멋대로 가져와 번역하여 팔았던 시대였다. 문방구에 손바닥 만한 만화책을 해적판이라며 팔았다. 그때 샀던 것이 세눈의 비밀이라는 만화책이다. 가격도 한 권에 500원으로 저렴하기까지 했다. 내 기억으로 우리 가족과 아버지 친구네 가족 몇몇이 모여 가족 모임을 했던 걸로 기억난다.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나는 할 게 없었다. 요즘처럼 핸드폰이나 게임기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때 마침 식사를 한 가게 근처에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난 거기서 손바닥 만화책을 발견했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랐던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옛날부터 손이 크고 화끈하신 편이다. 그때도 500원 짜리 만화책을 열 몇 권.. 2023. 11. 7. 늙은 웃음 (열두 번째 글쓰기) 늙은 웃음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이었다. 여고생 5명 정도가 한 정거장에서 우르르 올라탔다. 올라올 때부터 하하 호호 떠들며 올라오는 걸 보니 친한 친구 사이 같았다. 말 한마디 던지면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야 조용히 해” “시끄러워 공공장소잖아” 하면서도 키득키득하는 학생들 뭐가 그리 재미있고 즐거운 걸까? 나도 그 나이 때 친구들이랑 있으면 영양가 없는 소릴 지껄이며 많이 웃곤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웃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저 “아예 하하” 거리는 사회적 웃음만 지을 뿐이다. 그것도 아니라면 예능을 보며 피식거리는 정도 웃음도 나이를 먹으면 쇠약해지는 것일까? 확실히 젊게 사는 사람들은 웃음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언제쯤 다시 큰소리로 웃어볼 수 있을까? 2023. 11. 5. 천 일도 하루부터 (열한 번째 글쓰기) 천 일도 하루부터 오늘 하루 집에서 쉬어 느지막하게 10시쯤 일어났다. ‘운동을 하러 갈까?’ 평소 운동 삼아 달리기를 하는데, 공복에 하면 더 효과가 좋다는 소리를 들었기에 생각이 났다. 그러나 소파는 날 끌어당겼고 소파 위 이불은 나를 꽁꽁 묶어두었다. 그렇게 유튜브 이것만 보고 이것만 보고를 반복하다 12 시가 되어버렸다. 시간이 애매하고 배도 고파 운동은 포기하고 밥을 먹었다. 밥도 먹었겠다. 또 소파에 누워 이것저것 볼거리를 찾아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영화나 보러 갈까?’ 새로 개봉한 영화도 있고 해서 영화를 보러 갈지 생각했다. 그러나 소파는 날 끌어당겼고 소파 위 이불은 나를 꽁꽁 묶어두었다. 그렇게 어느덧 해는 지고 밤이 찾아왔다... 오늘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사실 이런 경험은 누구.. 2023. 11. 4. 냉장고 속 잡채 (열 번째 글쓰기) 냉장고 속 잡채 냉장고 문을 열어 반찬을 꺼내려고 하는데, 저 끝에 먹다 남은 잡채가 보였다. 명절 때 집에서 받아온 잡채였다. 딱히 잡채를 좋아하지 않아 한 번 먹고 냉장고에 넣어두고는 잊고 있었나 보다. 역시나 꺼내 먹진 않았다. 아마 서서히 썩어가고 있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냉장고라도 오래된 음식은 썩기 마련이다. 그런 음식은 진작에 꺼내서 먹거나 버려야 하는데.. 그래야 냉장고 효율도 좋아지고 공간도 넓어진다. 마치 내 마음처럼 말이다. 내 마음도 냉장고와 같다. 많은 것을 저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 모든 것이 신선하지는 않다. 내가 좋아하지 않은 것, 상처받은 것들이 저 안에 처박혀 있다. 마주하기 싫어 꺼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조금씩 더 썩어가고 있다. 내 냉장고에 이런 썩은 것들.. 2023. 11. 3. 이전 1 2 3 4 5 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