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눈의 비밀
세눈의 비밀이란 만화책이 있다.
어렸을 적 저작권이라는 개념이 부족하던 시절
일본판 만화를 멋대로 가져와 번역하여 팔았던 시대였다.
문방구에 손바닥 만한 만화책을 해적판이라며 팔았다.
그때 샀던 것이 세눈의 비밀이라는 만화책이다.
가격도 한 권에 500원으로 저렴하기까지 했다.
내 기억으로 우리 가족과 아버지 친구네 가족 몇몇이 모여 가족 모임을 했던 걸로 기억난다.
어른들끼리 이야기를 나누시느라 나는 할 게 없었다.
요즘처럼 핸드폰이나 게임기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더 그랬다.
그때 마침 식사를 한 가게 근처에 문방구가 하나 있었다.
난 거기서 손바닥 만화책을 발견했고 엄마한테 사달라고 졸랐던 것 같다.
우리 엄마는 옛날부터 손이 크고 화끈하신 편이다.
그때도 500원 짜리 만화책을 열 몇 권을 한꺼번에 사주셨다.
나는 신나 아버지 차에 들어가 만화책을 훑어봤었다.
그리고 그 만화책은 중학생이 될 때까지 내 책상 옆 책꽂이에 늘 꽂혀있었다.
수십 번을 반복해서 읽었다.
왜 공부하기 싫으면 신문도 뉴스도 재미있지 않았던가?
초등학생, 중학생 때 시험 기간은 그 만화책을 정주행 하는 기간이기도 했었다.
내용을 아예 다 외울 정도였다.
그리고 매번 봐도 재미있고 좋았다.
그렇게 만화책에 정이 들었는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갑자기 ‘공부에 방해되는 군!’ 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럼 그 만화책을 안 보이는 곳에 치우던가 따로 보관하면 되는데, 싹 다 버리고 말았다.
살면서 후회하는 행동 중 하나이다.
그렇게 성인이 된 후 때때로 그 만화책이 생각난다.
해적판이라 그런지 다시 발매될 일은 없고 중고도 구하기 쉽지 않았다.
오늘 한 번 더 생각나 찾아보니 누가 500원 짜리 1권을 3만 원에 팔고 있었다.
나같이 추억에 젖은 사람이 있었는지 그마저도 판매 완료였다.
다시 한번 그 만화책을 보고 싶다.
그 만화가 그립고 그때 그 시절이 그립다.
'매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누가 좀 씻겨줬으면 (열다섯 번째 글쓰기) (0) | 2023.11.09 |
---|---|
무엇을 쓸까? (열네 번째 글쓰기) (0) | 2023.11.08 |
늙은 웃음 (열두 번째 글쓰기) (0) | 2023.11.05 |
천 일도 하루부터 (열한 번째 글쓰기) (0) | 2023.11.04 |
냉장고 속 잡채 (열 번째 글쓰기) (0) | 2023.11.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