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좀 씻겨줬으면
어릴 적에는 매일 샤워하지 않았다. 물론 땀을 흘리거나 몸에 더러운 게 묻었으면 샤워했지만, 땀도 나지 않는 한 겨울에 하루 종일 집에만 있는 날에는 솔직히 샤워 안 해도 되지 않지 않은가?
그러나 이건 어릴 적 얘기이고 군대를 다녀온 이후 매일 샤워가 습관이 되었다. 군대에서는 매일 샤워한다. 해야만 한다. 매일매일 땀을 흘리고 흙먼지와 기름때가 항상 함께하니 말이다.
그래서인지 전역 후에도 하루 종일 집에 있든 땀을 흘리지 않았든 자기 전에 샤워하지 않으면 찝찝해졌다. 매일 샤워가 습관이 된 것이다.
샤워를 하면서 몸에 더러운 때와 먼지를 씻어낸다. 눈에 보이지 않아도 아마 각질이나 먼지가 있을 것이다. 그것들을 씻어내는 것이다.
대부분 사람이 나처럼 몸의 청결을 유지할 것이다. 밥 먹고 양치하고 외출하고 발을 씻는 등
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몸만 깨끗하게 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외출해서 뒤집어쓴 먼지를 씻어내는 것처럼 우리 마음에 뒤집어쓴 먼지도 씻어내야 하지 않을까?
오늘 들었던 안 좋은 말들, 부정적인 생각, 나를 깎아 먹는 그런 생각을 씻어내야 하는 것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깨끗하게 하지 말고 눈에 보이지 않은 것들을 깨끗하게 씻어내야 내일도 깨끗한 몸과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 막상 나는 하루 종일 부정적인 생각을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라고 감사하는 습관을 들이자고 자기 계발서나 에세이, 유튜브에 유명인들이 항상 말하지만, 그게 쉽지 않다.
하나의 부정적인 생각이 10개의 긍정적인 생각을 잡아먹을 만큼 힘이 세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자기 전에 씻겨내야 하는데, 얼룩이 진하게 져서 잘 씻기지 않는다.
향긋한 바디워시 냄새가 내 몸과 마음에 가득하면 좋으련만...
씻어도 씻어도 구정물이 계속 흘러내린다.
차라리 수건처럼 내 마음을 누가 푹 삶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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