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원한 바람, 차가운 바람 (열일곱 번째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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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 차가운 바람 (열일곱 번째 글쓰기)

by 생각정리1 2023.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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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한 바람, 차가운 바람

 

 

이른 새벽에 잠에서 깼습니다. 코끝이 찡하니 시리더라고요. 알고 보니 안방 창문에서 찬 바람이 솔솔 새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나름 문풍지로 창틀을 막긴 했었는데, 부족했던 모양입니다.

 

며칠을 그러자 더 이상 안 되겠다 하여 곧장 다이소로 향했습니다. 뽁뽁이와 비닐, 마스킹 테이프와 벨크로 테이프라고 하는 일명 찍찍이 테이프를 샀습니다.

 

월동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죠.

 

우리 집 안방은 큰 창문이 2개 있습니다. 그중 하나는 전혀 쓰지 않고 하나만 가끔 열어 환기하고 있죠.

 

비닐로 창문 봉인
비닐로 창문 봉인

 

전혀 쓰지 않는 창문은 비닐과 마스킹 테이프로 창문 전체를 아예 봉인하였습니다. 바람이 새어 나오지 못하도록요.

 

다른 창문은 찍찍이 테이프를 붙이고 그 위에 뽁뽁이를 붙였습니다. 환기할 때는 찍찍이를 떼어서 환기하고 다시 붙이는 것이죠.

 

사이즈 측정을 잘못하여 덕지덕지 붙이긴 했지만 그래도 효과는 좋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엔 코끝이 따뜻했거든요.

 

뽁뽁이로 창문 봉인
뽁뽁이로 창문 봉인

 

참 변덕스러운 게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고마웠지만, 겨울에는 차가운 바람을 외면하고 싶더라고요.

 

당연한 건데, 괜히 또 망상을 시작했습니다. 글쓰기를 하고 나서는 이렇게 일상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계속 가지게 되는 것 같아요.

 

여름에 고마웠던 시원한 바람이 왜 겨울에는 외면하고 싶은 차가운 바람이 되었을까?

 

계절이 바뀌었고 온도가 달랐기 때문이겠죠.

 

덥고 열이 받을 때 부는 바람은 시원하고 참 고맙습니다.

춥고 얼어붙었을 때 부는 바람은 차갑고 고통스럽죠.

 

사람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이 안 풀려 답답하고 열받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시원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길이 보이게 되죠. 그 조언을 고맙게 받아들일 것입니다.

 

그러나 내 마음이 얼어붙었을 때 누군가가 나에게 냉정한 해결책을 제시해 주면 그 말이 차갑게 느껴졌었습니다. 그 조언받을 만한 상태가 아니었던 것이죠.

 

시원한 해결책과 냉정한 해결책

 

같은 말인데 듣는 사람의 온도에 따라 달라지기도 합니다.

 

늘 따뜻한 마음에 시원한 바람이 불면 좋겠지만, 인생도 계절과 같이 겨울도 있습니다. 그러나 계절이 뚜렷하기에 더 성장하고 강해지는 거 아니겠습니까?

 

겨울이라 모든 바람이 차갑고 고통스럽게 느껴지더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그 사람은 사실 나에게 시원한 바람을 주고 싶었던 것일지 모릅니다.

 

마음이 녹으면 ‘그때는 내가 예민하게 대해서 미안했어’라고 하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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