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사는 이유가 뭘까
주말에 집에 있기 답답해서 혼자 카페에 가기로 했다. 읽을 책과 노트북을 가방에 넣고 문밖을 나서려는 찰나 현관 옆에 박스가 보였다. 바빠서 미쳐 버리지 못한 택배 상자들이었다. 나가는 길에 버려야지 하고 집어 들었다.
나는 빌라에 살고 있어 아파트처럼 분리수거장이 따로 없다. 그냥 건물 옆 쓰레기를 쌓아두는 곳이 있는데 그곳에 버리면 수거해 간다. 박스를 두고 가는데 건너편에 리어카를 끄시는 할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내가 자리를 뜨자 할머니는 리어카를 끌고 오시더니 내가 버린 상자들을 곱게 펴서 리어카에 실으셨다. 박스를 모아 파시는 할머니였나 보다.
나는 자리를 떠 동네에 있는 카페에 들어섰다. 왠지 오늘은 오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아이스아메리카노 큰 사이즈를 시켰다. 디저트도 시킬까 했는데 밥을 먹고 나온지라 배가 고프지 않았다. 이따가 시켜야지 하고 커피만 결제했다.
그렇게 카페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김보통 작가의 ‘아직,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책이다.
김보통 작가가 직장 생활을 했을 때 힘들고 우울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이다. 예전에 읽었던 책이었는데 요즘 나도 직장 생활로 힘들고 우울해서 문뜩 생각이 나 다시 한번 읽어보려고 들고 나왔다.
그저 먹고사는 게 다인데 이게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한 참 책을 읽다가 카페 유리창 밖으로 한 트럭을 운전하시는 할아버지가 보였다. 트럭에는 접혀있는 박스가 실어져 있었고 할아버지는 주변에서 박스를 주어와 정리하고 트럭에 올리고 있었다. 힘들었는지 중간에 길바닥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피우셨다.
흰머리에 얼굴도 주름이 가득하신 할아버지가 담배를 물고 내뱉는 모습이 왠지 씁쓸해 보였다.
좀 전에 본 할머니도 그렇고 지금 보이는 할아버지도 그렇고 연세가 많으신데 저렇게 박스를 주우시며 생계를 유지하시는 게 대단해 보였다.
그런데 솔직히 이해되지 않았다.
비하하는 게 아니라 왜 그렇게 힘들고 열심히 사시는 걸까? 사는 게 재미있는 걸까? 희망과 소망이 있는 걸까?
나는 사는 게 재미도 없고 희망도 소망도 없다. 지금 힘들고 불행하고 앞으로 내 삶이 행복해질 거라는 기대도 없다.
그저 하루하루 억지로 살고 있다. 당장 세상을 정리하고 싶지만 , 슬퍼할 가족들이 있어 막상 그러지는 못하겠다.
그래서 억지로 산다. 그래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 왜 다들 그렇게 힘든데 살고 있는 것인지
인간은 태어난 순간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쳐야 한다. 동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인간만이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울감에서도 발버둥 쳐야 한다.
나는 이제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 나이까지 살기 위해 얼마나 힘든 일과 힘든 감정들을 이기며 살아오신 걸까?
나는 저 나이까지 살 수 있을까?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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