켜져 있는 전기장판
새하얀 입김이 입에서 뿜어져 나오는 겨울의 추위가 찾아왔다.
여름에는 언제 추워지나 기다려졌는데 막상 겨울이 찾아오니 ‘벌써 추워졌구나!’ 한다.
여름엔 에어컨이 필수품이었듯이 겨울에도 필수품이 있다.
바로 전기장판
전기장판을 틀고 그 위에 이불을 덮으면 그곳이 보라카이이고 발리이다.
따뜻한 기운이 등에서부터 전신으로 퍼져 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 든다.
이불속 전기장판은 어떨 땐 천국이고 어떨 땐 무저갱이다. 한번 누워있으면 다시 나오는 게 쉽지 않으니 말이다.
오늘 아침에도 전기장판에 누워서 일어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도 꾸역꾸역 억지로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었다.
그런데 저녁에 다시 이불에 누워봤더니 아직도 따뜻해 있었다.
아뿔싸
아침에 전기장판을 끄지 않았다.
이럴 때 바로 드는 생각이 있다.
‘아 전기세 아깝네’
아무도 쓰지 않을 때 켜져 있으니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가 아까웠다.
마치 내 ‘불안’처럼 말이다.
필요할 때 불안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준다.
시험에 대한 불안은 나를 더 공부하게 만들고 건강에 대한 불안은 나를 더 운동하게 만든다.
불안하기에 더 준비하고 노력한다.
하지만...
필요하지 않을 때 불안은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이다.
모처럼 휴식을 취할 때 미래에 대한 불안은 휴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가족과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살찌면 어쩌지’라는 불안은 그 순간을 불편하게 만든다.
불안이라는 스위치가 계속 켜져 있다면 불필요한 에너지 소비를 하는 것이다.
필요할 때와 필요하지 않을 때 켰다 껐다 잘 사용해야 한다.
그러니 항상 인지하고 있는 게 중요하다.
지금도 전기장판이 켜져 있나 확인해 보고 와야겠다.
'매일 글쓰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커튼 친 창문 (스물네 번째 글쓰기) (0) | 2023.12.20 |
---|---|
보이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스물세 번째 글쓰기) (0) | 2023.12.11 |
누워서 침 뱉기 (스물한 번째 글쓰기) (0) | 2023.11.25 |
공허함과 무기력 (스무 번째 글쓰기) (0) | 2023.11.23 |
성공한 사람도 실패한다 (열아홉 번째 글쓰기) (0) | 2023.1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