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워서 침 뱉기 (스물한 번째 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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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침 뱉기 (스물한 번째 글쓰기)

by 생각정리1 2023. 1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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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워서 침 뱉기

 

 

저녁을 먹고 책을 읽었다. 어느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 자기 일을 하면서 겪었던 일과 생각들을 기록한 에세이였다.

 

난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직업에 관해 이야기라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그러다 어느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갸우뚱거렸다.

 

작가가 일하는 직종에 문제가 있었나 보다. 그 직종 관련 종사자들이 한데 모여 법정 공방을 다퉜고 작가도 그 싸움에 참여한 이야기였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작가의 남편이 ‘호들갑이다, 오버한다, 집단 이기주의 아니냐?’라는 말했다고 하는 것. 그래서 작가는 남편이 그런 몰상식한 사람인 줄 몰랐다며 한 소리 했다는 에피소드였다.

 

이 글은 작가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만의 관점에서 드러냈다. 그래서 이 에피소드를 읽을 땐 작가의 말에 자연스럽게 공감이 되면서 읽었다. ‘남편이 너무했네’라면서 말이다.

 

그러나 잠깐 생각해 보니 꼭 그렇게 판단하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문제건, 양측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맞다. 정말 남편이 몰상식하게 말했을 수도 있고 평소에도 그런 사람일 수도 있다. 그럼, 남편의 잘못이다.

 

반대로 평소 가정을 나 몰라라 하고 일만 하는 아내에게 쌓였던 게 많았던 남편이 그때 한 번 울컥하는 마음에 그렇게 말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오해했거나 와해하여서 전달되었을 수 있다. 그럼, 아내의 잘못이다.

 

정리하자면 당사자 외에는 부부 사이를 모르고 그 사건에 대해 어떻게 말했고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실하게 모른다는 것이다.

 

누구의 잘못인지 아니면 누구의 잘못도 아닌 단순 가치관의 차이이고 의견 다툼인지 말이다.

 

누워서 침 뱉기
누워서 침 뱉기

 

여기서 내가 갸우뚱거린 이유는 이런 에피소드를 작가 본인의 이름이 걸린 책에 썼다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가 함께 남편 욕을 하게 유도했다는 점

 

남편의 지인들도 이 책을 볼 수 있다. 두 부부의 아이도, 그 아이의 친구도 볼 수도 있다 . 그런 책에 내 남편을 욕하는 에피소드를 적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저 누워서 침 뱉기이다.

 

이 에피소드를 꼭 쓰고 싶었더라면  아는 사람 얘기’,  '들었던 얘기' 정도로 포장했으면 괜찮지 않았을까?

 

한 에피소드에서 벌어진 갈등의 잘잘못을 떠나 사랑하는 배우자를 욕먹게 쓴 것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부부는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다.

 

나는 내 가족을 행여 실수라도 밖에서 욕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하의 나쁜 놈이고 이혼해서 남남이 된 게 아닌 이상 그런 짓을 하는 것은 결국 누워서 침 뱉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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